금리는 올랐는데 대출금은 안 올랐다, 왜일까

2021년 가을부터 2022년 초까지는 기준금리 한 번의 인상이 대출금리에 빠르게 반영되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이후 같은 정도의 금리 변화에도 대출금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과거 데이터(2020년 9월~2022년 2월)를 추적하면서, 금리 인상이 항상 같은 속도로 고객에게 전달되지는 않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예금은행 대출금리(신규) 추이
예금은행 대출금리(신규) 추이

금리 인상의 속도가 시기마다 완전히 달랐습니다

같은 이름의 ‘금리 인상’이 두 시기에 얼마나 다르게 진행되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8개월 동안 예금은행의 신규 대출금리는 2.66%에서 3.51%로 올랐습니다. 월 평균으로 환산하면 0.047%포인트씩 상승한 셈입니다. 반면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1개월 동안은 4.06%에서 4.27%로 겨우 0.21%포인트 올랐습니다. 월 평균 0.019%포인트씩만 상승했으니, 첫 번째 기간의 상승 속도는 두 배 이상 빠릅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수치 게임이 아닙니다. 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금리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시기마다 다르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라는 같은 신호에 시장이 다르게 반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 차이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2021년 가을, 은행들은 금리 인상을 재빨리 가격화했습니다

2021년 가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리며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했습니다(한국은행). 그 신호에 대출금리가 즉각 반응했습니다. 2021년 8월 신규 대출금리 2.87%에서 2021년 11월 3.23%로 3개월 사이에 0.36%포인트나 뛰어올랐습니다. 당시 은행들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당시 은행권의 심리 상태를 읽어보면, 초저금리 시대를 마감하려는 시장의 결의가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은행들은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조건의 고객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대출 수요가 있었고 시장에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던 것입니다. 금리 인상이라는 신호를 시장이 적극적으로 가격화한 결과였습니다.

예금은행 대출금리(신규) 주요 수치
예금은행 대출금리(신규) 주요 수치

그런데 2025년부터는 같은 신호에 시장이 무덤덤하게 반응했습니다

전환점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의 대출금리 변화를 따라보면, 기준금리 변화와 동떨어진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2025년 8월 4.06%에서 시작한 신규 대출금리(현재 구간)는 2025년 10월 4.02%로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대출금리가 따라 올라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더 특이한 것은 기준금리 재인상이 발표된 이후입니다. 한국은행이 2026년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는데(한국은행), 신규 대출금리는 4.31%에서 4.27%로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이것은 2021년 가을의 빠른 반응과는 완전히 다른 장면입니다. 같은 ‘금리 인상’ 신호인데 시장이 무덤덤하게 반응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를 더 이상 민감하게 따라가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이것은 문제가 있거나 구조가 바뀌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은행이 금리보다 구성(포트폴리오)을 관리하려고 시작했습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신용공급 환경의 경직성이 있습니다. 2021년과 2025년을 비교해 보면 둘의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2021년 가을은 저금리에서 벗어나는 초기 단계였고, 은행들의 이자마진 개선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금리를 올려도 고객을 잃지 않을 것 같은 심리가 있었습니다. 반면 2025년은 고금리 장기화 후반입니다. 기준금리가 3년 이상 높은 수준에 있다 보니, 가계와 기업의 연체 위험이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차입 수요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은 행동이 달라집니다. 대출금리를 더 올려서 신규 고객을 잃는 것보다, 기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대출금리를 천천히 올리거나 오히려 내리는 모습이 이를 반영합니다. 금리의 상승과 시장의 반응 사이에 간격이 벌어진 것이므로, 이를 ‘금리 경직성’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재인상이 예정되어 있다면, 지금이 선택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이제 이 관찰이 우리의 차입 의사결정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과거 데이터에서 보면, 기준금리 변화 직후 3~6개월 동안만 신규 대출금리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직후 신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올랐던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런데 2025년 이후의 경직성이 구조적인 문제라면, 기준금리가 올라도 대출금리는 천천히, 부분적으로만 따라갈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대출이 필요하다면,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기다리기보다 지금이 선택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른 후에는 대출금리 상승 폭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이미 변동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면 고정금리로의 전환을 검토해 볼 만합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되어 있을 때, 금리 경직성이 있다면 고정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그것이 실제 차용자에게 얼마나 빠르고 완전하게 전달되는가는 시기마다 다르므로, 그 차이를 읽을 수 있어야 차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자료: 한국은행 ECOS

※ 통계 수치를 정리한 정보성 글로, 특정 상품이나 행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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